항온항습이 필요한 짐과 필요 없는 짐
항온항습 칸은 요금이 더 붙습니다. 그 값을 치를 만한 짐이 무엇이고 굳이 필요 없는 짐이 무엇인지, 공개된 보존 기준을 놓고 갈라 적었어요.
항온항습 칸이 꼭 필요한 짐은 사진과 필름, 오래된 문서, 악기, 원목 가구 정도입니다. 목록이 짧다는 게 이 글의 요지예요. 항온항습이란 온도와 습도를 정해진 범위 안에 계속 붙들어 두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만큼 설비가 돌아가니 요금이 더 붙고, 그 값을 치를 만한 짐인지부터 갈라야 하죠. 나머지 짐은 환기와 바닥 높이만 챙겨도 대개 무사히 넘어갑니다.
기준이 궁금하실 텐데, 공개된 숫자가 있어요. 사진 보존을 다룬 미국 의회도서관 안내는 사진을 상대습도 30~50%, 21도 이하에 두라고 적고, 컬러 사진과 필름은 4도 이하를 권합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다음 줄이에요. 24시간 안에 상대습도가 5% 넘게 흔들리지 않게 하라고 되어 있거든요. 항온항습의 값어치는 낮은 습도 자체보다 이 흔들림을 잡아 주는 데 있어요.
곰팡이 쪽 기준은 더 단순합니다. 곰팡이 발생 조건을 정리한 미국 환경보호청 자료는 상대습도 60%를 넘지 않게 두라고 말해요. 이 선만 지켜지면 옷, 이불, 플라스틱 수납함, 캠핑 장비, 공구, 가전 대부분은 일반 칸에서 문제가 안 생겨요. 실제로 상하는 사례는 습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젖은 채로 넣어서, 또는 바닥에 직접 닿아서 생기는 쪽이 훨씬 많고요.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판단이 하나 있어요. 옷과 이불을 항온항습에 넣으려는 경우예요. 섬유는 습기를 먹으면 냄새가 배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한데, 실제로 냄새가 배는 원인은 칸의 습도보다 넣을 때의 상태인 쪽이 많아요. 세탁 후 완전히 마르지 않은 옷을 압축팩에 넣어 두면 어떤 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반대로 바싹 말려 통기되는 상자에 담고 바닥에서 띄워 두면, 일반 칸에서도 한 계절을 그냥 넘겨요.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먼저 물어보시라고 권해요. 이 짐이 5년 뒤에도 지금 상태여야 하는지, 그리고 대체가 되는 물건인지. 둘 다 아니라면 항온항습은 과한 지출이에요. 반대로 한 장뿐인 사진첩이나 대체 불가능한 악기라면, 그 칸의 추가 요금이 보험료처럼 읽히죠.
여기까지가 공개된 보존 기준으로 답할 수 있는 범위예요. 다만 시설이 말하는 항온항습이 실제로 어느 폭까지 잡아 준다는 뜻인지는 안내문마다 달라서, 계약 전에 온도와 습도를 어느 범위로 유지하는지 숫자로 물어보시는 편이 좋아요. 습기가 실제로 어디에 먼저 맺히는지는 실외 창고에 짐을 맡기면 습기 때문에 상하지 않나요에 적어 두었습니다.
짐을 맡기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부터 다룹니다. 실외냐 실내냐, 얼마냐, 상하지 않느냐. 답이 갈리는 자리는 추측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재 보거나 공개된 기준과 대조한 범위 안에서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