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자료실짐을 밖에 맡길 때 무엇이 상하고 무엇이 안 상하는지, 실제 조건으로 따져 적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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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다니며 늘 마지막까지 남는 짐

이사할 때마다 끝까지 못 버리고 따라오는 상자가 있습니다. 그 짐들의 공통점과, 그걸 보관으로 넘길지 정리할지 가르는 지점을 적었어요.

이용철 창고 자료실 편집 담당 · 발행 2026-08-30
읽는 시간 2분

이사를 몇 번 하다 보면 매번 같은 상자가 따라옵니다. 열어 보지도 않고 그대로 실려 다니는 상자요. 이삿짐 목록에는 늘 있는데 새집에서는 늘 베란다로 가는 그 상자예요.

그 안에 든 것들은 대개 셋 중 하나예요. 언젠가 쓸 것 같은 물건, 값을 치르고 산 기억이 아까운 물건, 그리고 남이 준 물건. 셋 다 지금 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버리기가 어려운 이유는 서로 달라요.

첫 번째는 그나마 판단이 되는 쪽이에요. 지난 두 번의 이사에서 한 번도 안 열었으면 다음에도 안 열어요. 여기에는 시간이라는 증거가 이미 쌓여 있어요. 2년에 한 번씩 이사하셨다면 그 상자는 이미 4년을 안 열린 거예요.

두 번째가 제일 질겨요. 값을 치른 기억이 물건에 붙어 있어서, 버리는 순간 그 돈을 다시 잃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그 물건은 이미 산 순간에 값을 치렀고, 지금 보관하면서 또 값을 치르는 중이에요. 창고 한 칸이 월 10만원 안팎이라는 국내 셀프스토리지 요금 조사를 놓고 계산해 보면, 안 쓰는 물건 하나에 매달 얼마를 더 내고 있는지가 나와요. 한 칸의 절반을 그 상자들이 쓰고 있다면 매달 5만원어치 자리를 안 쓰는 물건에 내주고 있는 셈이에요. 1년이면 60만원이고, 그 돈이면 그 상자 안의 물건 대부분을 다시 살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물건이 아니라 관계라서 계산이 안 돼요. 이건 저도 아직 답을 못 냈습니다. 다만 그 물건을 준 사람이 지금 그 물건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대개 맞아요.

보관으로 넘길지 정리할지는 결국 이 질문 하나로 갈려요. 다음에 이 상자를 열 날짜를 지금 적을 수 있는가. 적을 수 있으면 보관이고, 못 적으면 미루기예요. 이사 공백처럼 날짜가 정해진 보관은 나가는 날과 들어가는 날이 벌어질 때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상자 겉면에 열 날짜를 적어 두는 방법을 씁니다. 그날이 와서 안 열면 그때는 답이 나온 거예요.

미루기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미루기에도 값이 붙는다는 것만 알고 미루면 됩니다. 그 값을 알고 나서도 두시겠다면 그건 이미 결정이고, 결정한 보관은 미루기가 아니거든요.

이용철
창고 자료실 편집 담당

짐을 맡기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부터 다룹니다. 실외냐 실내냐, 얼마냐, 상하지 않느냐. 답이 갈리는 자리는 추측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재 보거나 공개된 기준과 대조한 범위 안에서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