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문을 처음 열 때 나는 냄새
오래 닫아 둔 칸을 처음 열면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그게 뭘 뜻하는지, 그냥 두어도 되는 냄새와 그렇지 않은 냄새를 갈라 적었어요.
오래 닫아 둔 칸을 열면 특유의 냄새가 훅 옵니다. 차갑고 조금 눅눅하고, 종이 상자 냄새가 섞인 그것. 처음 계약한 분들이 두 번째 방문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것도 이 냄새예요.
처음 몇 번은 저도 이 냄새를 나쁜 신호로 읽었어요. 그런데 문을 열어 두고 10분쯤 지나면 대개 사라져요. 사람이 안 드나든 공간의 공기가 그냥 고여 있었던 것뿐이거든요. 아무도 없는 방을 오래 닫아 두면 어디든 이렇게 돼요. 오래 비워 둔 시골집 문을 열 때 나는 그 냄새와 같은 거예요.
갈리는 지점은 10분 뒤에 와요. 문을 열어 두고 다시 맡았을 때 냄새가 그대로면 그건 공기가 아니라 물건에서 오는 냄새예요. 대개 짐 어딘가가 덜 마른 채로 들어갔거나, 바닥에 직접 닿은 상자 밑면이 젖은 경우고요. 이때는 냄새의 방향을 따라가 보면 대체로 한 상자에서 끝나요. 상자를 하나씩 들어 밑면을 만져 보시면 젖은 자리가 손에 먼저 잡혀요. 그 상자만 꺼내 말리고 받침을 하나 깔면 다음 달에는 사라져 있어요.
곰팡이 냄새는 또 달라요. 눅눅함보다 흙에 가까운 냄새이고, 이건 환기로 안 없어져요. 상대습도가 60%를 넘지 않게 두라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곰팡이 안내가 말하는 조건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라, 냄새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조건을 바꾸는 일이 돼요. 그 조건이 무엇인지는 물기가 어디에 먼저 맺히는지 정리한 글에 있습니다. 방향제를 넣는 건 이 경우에 제일 나쁜 대응이에요. 냄새가 가려지면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같이 가려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창고에 갈 때 문을 열고 바로 들어가지 않아요. 열어 두고 문자 하나 보낼 시간쯤 밖에 서 있다가 들어가요. 그 사이에 사라지면 아무 일도 아니고, 안 사라지면 그날 할 일이 하나 생긴 거고요.
냄새는 계기판이 없는 창고에서 유일하게 공짜로 읽히는 지표예요. 온습도계를 안 넣어 두셨다면, 처음 열었을 때의 그 몇 초를 그냥 흘려보내지 마세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몇 초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기억해 두셔도, 그 칸이 여름을 어떻게 나는 자리인지 알게 돼요.
짐을 맡기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부터 다룹니다. 실외냐 실내냐, 얼마냐, 상하지 않느냐. 답이 갈리는 자리는 추측으로 넘기지 않고 직접 재 보거나 공개된 기준과 대조한 범위 안에서만 씁니다.